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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운드에 감응되는 신체들' : 한국공연예술센터 무용제작공연 MixedPlay 「마이크」리뷰
    PREVIEW/Dance 2011. 12. 26. 12:38

    먼저 「마이크」를 스테레오타입화된 현대인의 일상, 그리고 공허함을 상징적인 표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생각은 이 작품에 대한 대단한 오독일 것만 같다.

    현대인을 불안정하게 존립시키는 무대의 양태와 움직임은 실존주의의 이념에 소급되는, 곧 움직임을 움직임 자체로 보지 못 하는, 또는 그러한 이념에 무용이 빚지고 있음을, 그러한 하나의 철학에 대한 종속적, 하위적 개념으로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마이크에 대한 대다수 글에 대한 메타 비판적 시선을 떠안고 이 글을 진행할 것임을 일러둔다).

    무용수들은 개별적으로 자신의 몸으로써 기능한다. 여기에는 오히려 실존주의적 자기의식이 없는 상태이다(뇌 없는 육체와도 같은). 또한 무대는 너로 인해 존재하는 나 내지는 너로 인해 감응되어 변화되는 나 따위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철저히 분자적인 개체들로서만 존재한다. 춤은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것이 하나의 동시적인 평면을 생성하는 것은 이들이 또한 끊임없이 생성되는 음악에 감응하는 신체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곧 음악이 그리는 평면에는 신체가 반응하고 접혀 들어가는 주름들이 다양하게 분포한다. 여기서 분자적인 개체 곧 한 명 한 명의 무용수들은 잠재성을 떠안은 동시에 생성하는 음악-기계의 양상으로 기능한다. 그러니 이는 실존주의적으로 또는 소통하지 못 하는 현대인들의 초상이라는 단편 내지 스토리텔링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춤의 무늬를 생성하고 있다. 곧 하나의 경험을 그려내지 못 할 것 같던 현대인의 분절된 삶은 오히려 다양성의 평면, 그 가능성을 그리고 있었던 것, 그리고 이들은 조화와 구조의 변증법을 그리는, 이데아를 향하는 플라톤의 미학 대신 오히려 각자가 그려 내는 움직임이 충돌되고 오히려 병치되며 몽타주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

    사실상 좀비와도 같은 이들은 허무함에 찌든 나약한 인간, 곧 니체가 말한 최후의 인간에 가깝다. 그렇지만 이 최후의 인간은 이 기계와 같은 인간의 움직임, 곧 혼이 없는, 정신이 없는, 동물성의 신체만을 간직한 인간의 움직임에 트랜스가 걸리며 이것을 낯선 것, 이질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여기에는 음악과 움직임의 반복이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돌연 끊기고 난 뒤 영상은 심연의 뚜렷한 총천연색 회화를 무대에 드러낸다. 마치 내장 같은 속은 가늠할 수 없는, 측정할 수 없는 시간으로 단절된다.

    남상아와 성기완은 노래를 한다. 온갖 유행가들이 튀어 나오고 섞인다. 뒤이어 마이크를 들고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재잘거림은 교통 방송부터 일상의 소소한 대화 따위이다. 이와 같은 말들의 잔치는 전자가 일종의 육화된 언어로서 노래라면 후자는 법과 현실을 담는 언어 곧 상징계의 차원을 드러내는 말들인데, 이들은 모두 현실의 한 표면이다. 그 표면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저 발설되는 차원에서 의미 질서를 담지하지 않음으로 인해 기표들의 유희에 가깝다. 반면 이는 상징계를 풀어헤치고 다시 파편화·분절화시킨다. 언어는 분절된 언어가 아닌, 해체된 유아기의 언어로 가는 지점이 존재한다.

    그 중간에 무대의 조명은 꺼져서 현실은 탈색된다. 목소리는 사라지고 신체는 사물이 되고 이질적인 것이 된다. 이는 상징계를 초과하는 실재계와도 같은 것.

    마이크들은 떨어지고 마이크를 붙잡고 난리치듯 현재와 현실에 불화하는 무용수들은 그래서 오히려 불필요한 것일지도, 곧 목소리의 섞임은 목소리가 갖는 하나의 시공간의 평면이 부정되며 오히려 무화되는 차원을 그려낸다는, 곧 목소리로 표상되는 존재가 무화되고 있음을 드러낸다는 명백한 차원의 메시지로 소급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필요한 과잉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분자적인 운동으로 존재하던 무용수들의 움직임, 음악에 감응된, 어쩌면 음악이 육화되는 신체들은 그 흔적들을 또한 반복한다.
    마이크의 소음이 더 이상 매개하는 기능의 마이크가 아닌, 이미 실재/물질 차원에서 사운드화되던 장치로서, 커다란 궤적의 사운드 방향을 결정하는, 아래로의 하강과 음악의 파편들이 하나의 소용돌이로 치닫는 무대에 이 움직임들은 오히려 차이의 반복(어떤 징후적인 측면으로만 나타났지만)으로, 곧 어떤 산 주검의 움직임에서 그 자체로 변경된 신체의 자국들을 찍는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지점에서, 「마이크」는 곧 철학적 이념의 소급이 아닌 춤 자체에 대한 초월의 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했다고나 할까.

    [공연 개요]
    한국공연예술센터 새개념 공연예술 시리즈
    프로젝트명 2011 HanPAC MixedPlay『마이크_microphone』
    작품명 <마이크_microphone>
    예술감독·안무 : 안애순
    드라마투르그 : 이양구
    미디어아트 : 더 미디엄(김태은, 유원준, 류임상)
    음악 : 성기완
    무대디자인 : 문훈
    의상 : 임선옥
    출연자 보컬 : 남상아 무용수 : 김정선, 예효승, 김보라, 김재승, 배준용, 이범구, 박소영, 나연우, 황수현, 지경민
    공연일시 2011년 12월 22일(목)-12월 23일(금) 오후 8시
    장 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 R 5만원 / S 3만원 / A 2만원 할인 -한팩매니아 40%할인(2011한팩무용,연극자체제작공연 티켓 소지자) -수험생 40%할인(동반1인 포함) -한팩in 20%할인, -포스터 이벤트 30%할인(공연포스터 휴대폰으로 찍어 현장에서 제시할 경우) -단체할인 20인 이상
    공연문의 한팩 고객지원센터 02-3668-0007
    예매 한팩홈페이지(
    www.hanpac.or.kr)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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